#01

잊혀진 인형들이 모이는 곳, 인형별

아이들에게 잊혀진 인형들이 모이는 곳, '인형별'의 세계
은하수 너머, 아이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곳에 작은 별이 하나 있었다.

한때 누군가의 품 안에서 꼭 안겨 있던 인형들이 모이는 곳. 이사 가는 날 짐칸에 실렸다가 끝내 꺼내지지 않은 인형, 다락방 상자 안에 조용히 잠들어버린 인형,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던 날 서랍 깊숙이 밀려난 인형들.

그렇게 잊혀진 것들이 모이는 곳. 인형들은 그 별을 인형별이라 불렀다.

인형별에는 오래된 마법서가 있었다.
표지도, 제목도 없는 낡은 책. 인형들은 그것을 레시피북이라 불렀다. 지구의 아이들이 행복한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그 따뜻한 에너지가 은하수를 타고 흘러와 책의 빈 페이지를 채웠다. 특히 누군가 진심이 담긴 음식을 먹고 마음이 녹아드는 순간이면, 그 감정이 레시피의 형태로 고스란히 새겨졌다.


손님의 소중한 추억, 그날의 냄새, 처음 한 입을 먹던 표정까지.
그것은 행복의 기록이었다.

그날, 머핀은 레시피북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메이플의 페이지가 비어 있었다.

어제도, 그저께도, 그리고 아마 꽤 오래 전부터. 채워져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머핀은 천천히 손을 뻗어 백지를 쓸어내렸다. 종이는 차가웠다.

머핀은 은하수 너머 지구를 내려다봤다. 작은 식당 창문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멜로우 키친. 메이플의 부모님이 일궈온, 이제는 메이플 혼자 지키고 있는 곳.

메이플은 오늘도 주방에 서 있었다. 레시피대로, 정확하게, 틀리지 않게. 그런데도 완성된 그릇을 내려놓는 손이 조금 느렸다.
손님이 돌아간 뒤 혼자 남겨진 주방에서, 메이플은 한참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똑같이 만들었는데. 왜 맛이 비어있을까.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머핀은 레시피북을 덮었다.
메이플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머핀은 알고 있었다.
부모님을 잃은 뒤에도 가게 문을 닫지 않으려 버티는 것도, 손님 앞에서는 웃으면서 혼자일 때만 지치는 것도. 그 모든 걸 인형별에서 조용히 지켜봐 왔다.

하지만 백지로 남겨진 메이플의 페이지 앞에서, 머핀은 처음으로 생각했다.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인형별에는 규칙이 있었다.
지구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이미 한 번 이별한 것들은, 그 이별을 지켜야 한다고.

머핀도 그 규칙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손은 이미 레시피북을 품에 안고 있었다.

이제부터 함께 만들어갈 이야기가 시작됩니다.